별의 목소리

2012/01/25 17:01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하루 종일 미친 것 처럼 지껄이다 문득, 내 목소리가 듣기 싫어졌다. 내 목소리는 높고 발음은 어눌하고, 결정적으로 나는 (목소리의 특징과 상관 관계가 어느정도 있지 않을까 싶은데) 말이 많다. 그리고, 그에 비례해서 사고를 친다. 이유없는 자기비하라면 신경 쓸 이유가 없지만, 이유가 있다면 그건 심각한 일이다. 나에 대한 애정으로 뭉친 '나'조차 용서 할 수 없는 지점이 발견 된 것이니까.
 마침 TV에서 한정수가 나오고 있었고, 한정수는 멋있었다. 괜히 목소리를 가다듬어도 보고, 많은 남성호르몬이 목소리를 낮게 만들기 때문에 여자들도 본능적으로 끌리게 된다는 기사에 대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자, 그 순간부터 모두가 거북하게 목소리를 깔고 말하기 시작했고 곧 모든 대화가 종결되었다.
 A와 양꼬치를 구워먹으며 좋은 목소리에 대해 이야기 한 적 있다. 가던 발을 멈추고 뒤를 쳐다보게 만들 정도로 잡아끄는 목소리를 지하철에서 들은 적이 있다고 했다. C와 막걸리를 마시며 박하선과 주이디샤넬의 목소리에 대해 말했다. 도무지 아직까지도 내가 대체 왜 좋아했는지 모르겠는 K의 목소리가 그 둘과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문득 술이 확 깼다(덕분에 야밤에 한시간 반을 달려 저스티스를 보러갔다).
 가는 길 내내 새로 사서 아직 에이징이 덜된 헤드폰으로 잡음이 낀 푸른새벽의 노래들을 들었고, 밤새도록 푸른새벽을 들었던 열일곱살을 생각했다. 별의 목소리도, 새벽이 되면 틀어 놓았던 보이저호가 녹음한 목성의, 토성의 소리도 내게서 너무 멀었다. 그로부터 7년의 지난 지금의 나는, 낮아지기에 너무 가볍다.
 아무래도, 단점은 숨기는게 좋다. 곧 모든게 싫어지곤 하니까.

 
by rainbowref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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