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로 실재를 확인하는 일

2012/01/06 17:56


 누군가의 자리에 앉았다. 그 사람이 적어놓은 지금의 기분과 앞으로의 목표들을 우연히 읽었다. 나는 금세 초라해졌고, 자기비하는 절대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쓰레기 같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온전한 삶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린 것은 대체 언제부터일까.
 체질적으로 다수를, 다수에서 나오는 힘을, 그 힘으로 이루어진 사회에 부합하는 것을, 나는 싫어한다(이런 '취향'에도 체질이라는 말을 쓰는가, 에 대해선 알 수 없으나 이때까지 그 누구도 나에게 이렇게 살라, 고  말한 적이 없기에 내게 내재하고 있던 것이라 생각하기로 한다). 아주 일반적으로, 꽤 존경받을만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예를 들면 우리 아빠) 대체 그렇게 산다면 사는데 무슨 재미가 있을까, 라고 생각했고 그런 삶을 동경하지만 결국 실패하는 사람들을 비웃었지만,
 그러한 안정이야말로 불가피하게 격정적일 수 밖에 없는 삶에서 가장 추구하기 어려운 것이니까. 그런 희소로부터 동경이 시작되는 것이다. 어쩌면 나는, 안정에 다다르기 위해 거쳐야만 하는 힘든 과정과 그 과정을 극복해서 얻는 결과가 지나치게 소박하다는 점 때문에 시작 이전에 포기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모두 내가 모르던 사이에 혹은 모르고 싶어 노력하던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물론 나는 아직도 그런 생활에 그다지 흥미는 없지만, 예전에 비하면 점점 변해가는 나의 취향과 욕구를 생각해보면 괜히 겁이난다. 이제와서 방향을 돌리기엔 너무 늦은게 아닐까(내가 추구하는 수준까지 가기는 이미 글렀다). 이런게 철이 든다는 것이라면 나는 정말이지 '우울해져버릴'것이다. 나의 의지와는 다르게, 우울 할 것이다. 나의 마음과 별개로 움직이는 이 삶에 대해서, 정말이지 나는 이제 어쩌면 좋아.
 비록 자의적인 선택은 아니었지만, 지금까지의 삶 중 가장 안정을 구축하고 있는 지금에도 나의 예민함은 끓어오른다(여기엔 하이네켄도, 콜롬비아 수프리모도, 데자와도 없는데…). 주위의 상황과 세계에 대해, 나는 지나칠정도로 둔감하다(나의 신경이 온통 나 자신에게 쏠려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나를 피곤하게 했던 외부의 자잘한 자극들이 사라지고 나면, 나는 나를 괴롭힌다. 내가 나를 박하게 만들고 있는 지금, 이미 중심을 잡고있는 그 사람이 조금 더 부러워진다. 본능에 기대지 않기로 했던 새해의 계획을 마음속으로 복기해본다. 하지만 결국 지랄이 풍년이라, 어차피 나는 부딪혀봐야 아는데 왜 예측을 하려 드는지 회의할 뿐이고, 어쨌든 요즘의 나는 나에 대한 생각을 많이한다.

 
by rainbowref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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