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국내 음반
2011/12/26 15:25(절대평가, 무순)
불싸조 - * 뱅쿠오: 오늘밤 비가 내릴 모양이구나. / * 첫번째 암살자: 운명을 받아 들여라.
포스트록이 가장 포스트모던하지 못한 단어인 시대에서 들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보컬 없는 밴드음악. 테이프의 조악한 음질로 듣는 따발총 소리 나는 드럼과 뜬금없이 터져나오는 퍼커션의 그루브 위로 조지는 기타가 남은 공간을 몽땅 헤집어서 조진다. 얼마나 대단하기에 내가 카세트 테잎 플레이어까지 구해가면서 이걸 들어야하나 시발시발하고 있는 당신을 위해 - 먼저 동일한 경험을 한 나의 경우를 통하여 - 그런 삽질을 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적어둔다. 굉장히 포스트모던함(시발).
박아셀 - 다시 그 길 위로
에피톤 프로젝트와 노리플라이, 메이트, 정준일까지 찌질한 인디가요라는 카테고리가 자신이 감수성이 풍부하고 품격높은 문화생활을 향유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20대 중후반 ~ 30대 초반의 여성들을 돈을 날로 갈취하면서 대세로 자라나는 동안, 진짜 들을만한 찌질가요가 비로소 이제야 처음으로 나왔다. 하지만 앨범 커버가 후져서인지 아무도 듣지 않았다.

백현진 - 찰라의 기초
생경함이 아름다움까지 이어지기 위해 건너야 할 간극은 굉장히 넓다. 그 간극을 억지로 머리로 생각하고 메우려 들지 않아도 저절로 아름다워지는 시간에 도달하게끔 만드는 음반. 이해하고 인정할 필요도 없이, 직접적으로 닿는다. 우연하게 아름답다.
코스모스 사운드 - 스무살
스무살 한트랙만 가지고도 대대손손 남겨야 할 음반. 로파이 덕후들에게 컴프레서 떡칠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남겨주었다.

검정치마 - Don't You Worry Baby (I'm Only Swimming)
한국어로 노래하는 영미 인디록, 같은 얘기를 아직도 하는건 조휴일을 엿먹이는 일이다. 이미 충분히 독자적이고 확고한 정체성을 지녔다. 게다가 어떤 기분이나 가사를 노래해도 어색하지 않을 수 있단건 대단히 축복받은 능력이다. 굉장히 영민하지만 재수 없지는 않다. 머리를 때릴 한방은 없지만 클래스 있는 올라운드 플레이어(코쿠나 유상철같은).

버벌진트 - Go Easy
영민하고 좋은 팝인데(나는 힙합을 모른다) 재수가 없다.

얄개들 - 그래, 아무것도 하지말자
노래 못하는 보컬을 가진 기타팝밴드가 할 수 있는 미덕을 모두 갖췄다. 오버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나태하지도 않은 자글거리는 기타(기타를 잘치는게 안들리도록 잘친다), 멜로디 라인과 그루브를 모두 풍성하게 만드는 베이스, 깨알같이 움추렸다 튀어나올 줄 아는 드럼. 그 위에 노래 못하는 보컬이 딱 떨어지지도 않는 가사를, 아름다운 일상어를 턱턱 내뱉는 이 조합이 너무 매력적이다. 다만 원테이크가 능사는 아니다. 싱글이 가졌던 집중력을 잃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