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때문에 자꾸 실패하고 싶어지잖아
2011/12/06 13:38이미 충분히 실패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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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3때 다니던 학원에 동생을 집어넣었다. 동생이 상담을 하러가는데 엄마가 너도 인사나 한번 하라고 데려갔다. 동생 성적표를 힐끗 보더니 대충 상담을 하고 - 너는 좋은데 가겠네(나 때랑 얘기가 다르잖아요!) - 나를 붙잡고 얘기를 한다. 자주 좀 오지, 너처럼 안오는 애가 없다는 둥, 아직도 자유롭게 살고 있냐고(자유? 내가 그 학원 다닐 때 보여준 나의 '자유'는 지각하고 수업 끝나기 전에 미리 나온 것 밖에 없는데) 자꾸 묻는 것이다. 역시 괜히 왔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스무살 넘어서 십대때 선생님이라고 불렀던 사람을 다시 만난건 한 손으로 꼽을 수 있고 한 사람을 두번 본건 어쨌든 당신이 처음인데요. 어쨌거나 내가 대학 갈 때 도움 준 사람 중에선 당신이 제일 덜 사기꾼 같았으니까요.
근데 내가 이런 말을 했던걸 굉장히 인상깊게 생각하고 있었다. 사실 나는 이미 세번쯤 잊어먹었는데. 학원하는 사람들, 다 사기꾼 맞잖아요? 어차피.
어머니, 저는요 얘가 연대는 갈 줄 알았어요, 그러게요, 아니, 잠깐, 그럼 나는 약간 다른 방법으로 실패했겠죠. 그래서요? 어차피 누군가에겐 이미 실패한 인생인데.
대학에서 합격 통보를 들었을 때, 나는 이미 실패했다. 나는 서울대 근처에도 못갔다. 실패했다고 비난받을거라 생각했다. 집에오니 수고했단다. 뭐, 실패하느라 수고했다고? 이때까지 내가 받은 질책들은 뭐였지. 서울대에 가기 위한 과정들에게 실패해도 죽도록 지탄받았는데, 인생이 헛짓인데 수고는 무슨.
열심히 하면 한대 경영대는 갈 수 있겠다고 선생님이 동생에게 말했다. 한대 경영가면, 굶어(엄마의 기준에서), 라고 내가 말했다. 전교 1등 해야 간다고 선생님이 말했다. 전교 1등이라고 실패가 아니란건 아니잖아요. 그리고 내 동생은 전교 1등도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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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기업(나중에 여기 취직할지도 모르니 자체 필터링)의 광고, 대충 이런식이었다. 항상 최선의 선택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한번의 최선보다 계속된 차선의 선택이 이어지면-
씨발, 너넨 차악의 선택으로 망해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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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사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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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만나야 할 사람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 솔직히, 이런 말 하면 안되는거 알지만, 이런 생각 가지면 안되는거 알지만,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 있다고. 기본적인 지적수준, 생활수준에서 - 정치, 철학, 문화적 취향까지는 바라지도 않아 - 아예 다른 세계에 사는거야.
지금 만나는 얘가 있는데, 걔의 고민은 나한테 솔직히 고려할 가치도 없거든. 걔랑 만나면 얘기도 안해. 그냥 불 피워놓고 술먹고 실없는 소리 하는거야. 응, 응, 그래… (맞다 아이컨택!) 응… 그래, 이런 식인거야. 내가 조금만 더 빨리, 몇번 더 실패했더라면 그 아이의 고민을 이해하고 같이 공유하게 되었을까. 그래서,
앞으로는 더 실수 할 수가 없다. 내가 모르는 부끄러움이 있다는게, 싫다. 인정할 수가 없다. 지금도 마찬가지고. 그래서 지금이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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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지도 않은 네가, 예술에 대하여 대체 무얼 아냐고 비난 받았다. 아니요, 나는, 가난한데 예술을 논하는 당신이 미친년같아요. 쌀독에 쌀이 없는데 노래가 나와요? 그리고 나는 예술, 안했거든요. 그냥 심심해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모조리 해보면서 실패하는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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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절대적으로 병신이라 욕하는거지, 내가 너보다 낫기 때문이 아니야. 그러니까 내게 너의 고상하고 높은 기준을 요하지도 말고, 억울하면 너도 나를 까란 말이야. 절대적으로.
여기서 조금 더 실패하면, 절대적으로 너 같아질까, 다, 너 때문이야. 그 때가 되면, 그렇게 의미있게 실패하고 나면, 지금을 잊을게.